유로 2024 대회 전에 예측한 순위를 보면 잉글랜드, 프랑스, 독일, 포르투갈, 스페인 순으로 꼽혔습니다. 특히 잉글랜드의 멤버가 매우 화려하기 때문에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에도 잉글랜드는 역대급 멤버를 가지고도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낸 적이 많았습니다. 이번 유로에서 잉글랜드는 과연 어떤 성적을 거두게 될까요?
프리미어 리그의 영향: 외국인 선수와 과부하 문제
잉글랜드가 성적을 못 낸 이유 중 하나로 종종 언급되는 것이 프리미어 리그의 구조입니다. 프리미어 리그는 외국인 선수들이 매우 많이 뛰고 있는 리그입니다. 과거 아스날의 아르센 벵거 감독이 무패 우승을 했을 때, 베스트 일레븐 중 영국 출신은 단 두 명뿐이었습니다. 이처럼 잉글랜드 선수들이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는 기회가 적어지면서 국제 대회에서의 경쟁력도 떨어진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반대로, 프리미어 리그에서 경기를 너무 많이 뛰는 것이 문제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리그, 챔피언스 리그, FA컵, 리그 컵, 커뮤니티 실드 등 다양한 대회를 치르다 보니 체력이 방전되어 메이저 대회에서 힘을 쓰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프리미어 리그 선수들은 다른 리그의 선수들보다 많은 경기를 소화합니다.
클럽 우선주의와 대표팀의 부진
잉글랜드 대표팀의 성적이 좋지 않은 또 다른 이유로는 클럽 우선주의가 꼽힙니다. 프리미어 리그 클럽들은 대표팀의 성공보다 자기 클럽의 성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만약 대표팀에서 주축 선수가 부상이라도 당하면 클럽에 큰 손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프리미어 리그의 20개 클럽 중 영국인 구단주가 100% 지분을 가진 팀은 단 세 개뿐입니다. 대부분의 클럽은 외국 자본이 섞여 있어, 대표팀의 성공보다는 클럽의 이익을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반면 럭비와 크리켓 대표팀의 경우, 대표팀이 성공하면 클럽들이 수익을 분배받는 구조여서 클럽들이 대표팀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클럽 라이벌리와 언론의 압박
과거 잉글랜드 대표팀이 성적을 내지 못했던 또 다른 이유는 클럽 간의 라이벌리가 너무 강했다는 점입니다. 대표팀 내에서도 같은 클럽 소속 선수끼리만 어울리거나 다른 팀 선수들과의 소통을 꺼리는 일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퍼디난드는 리버풀 선수들과 같은 테이블에 앉지도 않았고, 대표팀 내에서 긴장감을 느낄 정도로 라이벌 의식이 심했습니다.
언론의 압박도 큰 문제였습니다. 영국의 언론은 선수들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파헤치고, 실수를 조롱하는 문화가 강합니다. 예를 들어, 2008년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존 테리가 실축하자 언론에서는 '땡큐 테리'라는 식으로 조롱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선수들에게 심리적인 압박으로 작용하고, 결국 메이저 대회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변화와 자진 사임
그러나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클럽 라이벌리를 없애기 위해 선수들 사이의 갈등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팀 분위기를 하나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시도했습니다. 예를 들어, '더 울프 게임' 같은 단체 게임을 통해 팀워크를 강화하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또한,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기강을 확실히 잡는 스타일이기도 합니다. 대표팀 소집 중 규율을 어긴 그린우드와 포든을 즉시 캠프에서 쫓아냈던 일화는 이를 잘 보여줍니다. 그러나 동시에 선수들을 따뜻하게 대하고 인간적으로 접근하는 면모도 보여줍니다. 이러한 접근법은 선수들이 감독을 신뢰하고 따르게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성적 부진과 경기력 저하를 이유로 비판을 받아왔던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자진 사임으로 8년간 동행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잉글랜드의 미래: 유로 2024 이후
유로 2024에서 잉글랜드는 여전히 강력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기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특히 공격진의 조합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케인, 포든, 사카, 벨링엄 등 모두 발밑으로 공을 받으며 플레이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전방의 뒷공간을 활용하는 선수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결승에서 만난 스페인을 뚫기 위해서는 공격 조합을 조정하고, 양쪽 측면에서 돌파를 시도할 수 있는 선수들의 활용이 필요했습니다. 결국 2-1로 스페인에게 패하며 유로 2024를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EPL과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한 경험이 있는 토마스 투헬 감독이 국가대표 감독으로 선임되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잉글랜드와 독일의 역사적 감정이 좋지 않던 것을 감안하면 충격적인 결정이지만, 잉글랜드 선수들이 황금시대인 점,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인 만큼 투헬 감독의 경력이 너무 화려합니다. 앞으로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